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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D건담 캡슐파이터, 오버커스텀에 대해.

길어질까봐 접었습니다.

사족: ... 개인적인 이야기지만, 어째 제가 손을 대는 온라인 게임들은 하나같이 운영이 개판인지 모르겠습니다.
라그도 그렇고, 캡파도 그렇고.(=ㅅ=)




 요즘 나오는 대부분의 MMORPG는 PvP와 제련 모두를 지원하고 있습니다. 당연히 PvP에서의 승리를 위해 남들보다 좀 더 강한 무기와 강한 캐릭터를 마련하는 걸 목표로 삼는 유저들도 엄연히 존재하겠지요. 하지만 MMORPG의 가장 기본적인 목적은 "컴퓨터가 조작하는 몹을 상대해 자신의 캐릭터를 성장시키는 것" 입니다. PvP는 어디까지나 부수적인 요소에 불과하다는 것이지요. (즉, 유저의 선택에 따라서 PvP를 전혀 즐기지 않고 사냥터만을 전전한다던가, 마을에 앉아서 노가리까면서 논다던가 하는 것도 가능하다 이겁니다. 게임의 자유도가 훨씬 높다는 거죠.) 

 ... 말이 조금 샜군요. 어쨌건, MMORPG에서 제련을 하는 가장 큰 이유는 빠르고 효율적인 사냥입니다. 이를 통해 자신의 캐릭터를 보다 빨리, 강하게 키울 수 있고, 자본을 훨씬 빠르고 쉽게 축적할 수 있으며, 나아가서는 레이드를 통한 고급 아이템의 획득 및PvP에서의 승리도 얻을 수 있게 된다는 거죠. 게이머들은 이 과정에서 자신의 캐릭터가 강해져 가는 과정 및 결과. 그리고 이렇게 강해진 자신의 캐릭터를 과시하는 걸 통해 만족감을 얻게 되는 거구요. 

 이 "캐릭터의 강함"의 비중에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캐릭터의 강함은 하드웨어적인 강함(레벨, 스탯, 장비와 같은..)과 소프트웨어적인 강함(사용자의 조작역량)으로 나눌 수 있고, 대부분의 MMORPG에서는 소프트웨어적인 강함보다는 하드웨어적인 강함이 더 많이 요구됩니다. 아무리 컨트롤이 현란하더라도 레벨 1짜리 노비스는 레벨에 맞게 포링이나 잡고 댕겨야지, 레벨에 안 맞는 바포메트한테는 못 덤빈다 이거죠. 보탐 뛰고 싶으면 우선 레벨부터 올리고, 장비부터 맞추는 게 순서라 이겁니다. 


 하지만 FPS는 조금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물론 하드웨어적인 강함의 비중이 전혀 없다고는 할 수 없지만, 궁극적으로 게임의 승패를 좌우하는 것은 소프트웨어적인 강함이니까요. 조작센스만 된다면 짐 따위로도 충분히 전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게 캡파라 이겁니다. 그렇다면 FPS에서 제련이 들어가는 게 왜 문제가 되느냐를 하나씩 따져 보기로 합죠.


  FPS는 MMORPG에 비해 자유도가 훨씬 낮은 게임입니다. 이 종류의 게임은 기본적으로 PvP를 통한 승리를 목적으로 하고 있으며, 게임의 시스템 역시 PvP를 강요하도록 짜여 있지요.

 시스템이 PvP를 강요한다는 점을 보여 주는 게 대부분의 대전게임에 등장하는 계급 및 전적 시스템일 겁니다. 대전게임은 기본적으로 각 유저들의 기량에 따라 승부가 결정되는 게임이고, 승리를 위해서는 하드웨어적인 강함보다는 소프트웨어적인 강함이 절대적으로 요구됩니다. 하지만 이런 소프트웨어적인 강함을 직접적인 수치로 나타내는 건 불가능하기에 유저의 강함을 직접적으로 확인할 수도, 과시할 수도 없습니다. 이런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서 대전게임에 도입된 게 계급과 전적의 기록이지요. 계급과 전적은 자신이 게임에 들인 시간과 노력, 그리고 자신의 강함을 간접적으로 제시해 줄 수 있는 수치화된 구체적인 자료이고, 유저들은 이를 통해 자신 및 상대의 강함을 구체적으로 인식할 수 있습니다.(물론, 그 수치가 소프트웨어적인 강함을 100% 반영하지는 않습니다만, 이건 잠시 접어 두기로 합죠.)

 계급이랑 전적은 게이머의 '강해지고 싶은 욕망'과 '이기고 싶은 욕망'을 절묘하게 결합해 줍니다. 게임에서 이기면 전적도 올라가고 계급도 올라가니 이보다 더 좋을 수가 있겠습니까. 하지만 게임에서는 승자가 있다면 패자도 있어야 하는 법이고, 대전 게임에서 승자와 패자를 가르는 건 소프트웨어적인 강함이니 소프트웨어적으로 강하지 않은 게이머는 언제나 털리고 깨져서 좌절하는 게 일상이 되지요. 열심히 연습해서 소프트웨어적으로 강해지면 이길 수 있다고는 하지만 시간이 너무나 많이 걸리며, 선천적인 감각에서부터 차이가 나면 아무리 연습해도 약자가 강자를 이기는 건 요원한 일이 되니 후발주자와 센스 없는 사람은 선발주자와 천재에게 언제나 털리게 됩니다.

 이러한 차이를 메워 주는 게 하드웨어적 요소이지요. 상대의 B랭 기체에 맥을 못추고 털린다면 S랭 기체 꺼내서 덤비면 되고, 상대가 묵기라서 칼질 미친듯이 해 오면 빠기체 꺼내서 상성으로 잡아먹고, 도저히 해도 안되겠다 싶으면 아이템 싸질러서 타이밍을 뺏은 다음에 틈을 노려서 치고 들어가는 식으로 다투면 소프트웨어적으로 강한 상대라도 그럭저럭 대등하게 싸울 수 있고, 때로는 하드웨어적인 강함으로 밀어붙여서 이길 수 도 있게 된다는 겁니다. 

 이걸 살짝 뒤집으면, 하드웨어적인 격차를 소프트웨어적인 강함으로 메울 수 있다는 이야기도 됩니다. 간단히 말해서 실력만 된다면 구프로도 프리덤 때려잡을 수 있다는 거죠. '소프트웨어적인 강함이 승리를 결정한다.'는 기본 원칙이 지켜지고 있다 이겁니다.

 여기서 대전 게임의 또 다른 원칙이 나옵니다. 바로 "모두에게 이길 수 있는 가능성을 제공하라." 라는 것이고, "그 가능성은 누구에게나 평등하게 제공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와 같은 게임의 공정성이 무너지게 되면 대전게임의 밸런스가 문자 그대로 아작나게 되겠지요. 

 이 점에서 캡파는 (이상적이라고는 절대 말 못하지만) 그럭저럭 이 원칙을 지켜 왔습니다. 기체 성능의 차별과 상성 시스템, 전투 아이템, 구(舊)커스터마이징은 유저 간의 소프트웨어적인 격차를 그럭저럭 줄일 수 있는 도구들이었고, 누구나 활용할 수 있었으며, 소프트웨어적으로 극복이 가능한 것들이었습니다. (물론 이것들이 효과적으로 작동했냐는 질문엔 YES로 대답할 수 없긴 하지만요.)

 하지만 이번의 오버 커스텀 시스템은 바로 위에서 말한 두번째의 원칙을 보기 좋게 박살내 버렸습니다. 그리고 이것들이 야기한 하드웨어적인 격차는 전과 달리 소프트웨어로 극복하는 게 그리 쉽지 않은 일이 되었구요. (노커 저스티스가 5커 풀공 빠삐코 3번 뒷크리 한방에 아작나는 상황을 컨트롤만으로 극복할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되겠습니까.) 그리고 이는 또 다른 문제점을 야기합니다. 바로 유저들의 피로와 좌절감이지요.
 
 게임은 기본적으로 유저가 들인 노력과 시간에 상응하는 성과를 제공해야 하고, 이러한 성과는 선택받은 소수가 아니라 모두에게 평등하게 제공되어야 합니다. 하지만 이 오버커스텀 시스템은 전혀 그렇지 못합니다. 유저가 들인 시간과 노력은 확률 놀음 한방에 물거품이 되고, 5 오버커스텀은 언제나 선택받은 소수만이 차지할 수 있습니다. 이건 유저들에게 굉장한 좌절감을 안겨 줄 겁니다. 

"몇십번을 해도 나는 안 되는데 왜 저 사람들만 성공할까. 그리고 이렇게 몇십번 실패하는 동안 허공으로 날아간 내 포인트와 시간은 누가 보상해 주는 걸까. 결국 나는 되지도 않는 거에 매달려 시간만 낭비하고 있을 뿐이 아닌가."

 .. 캡파 유저분들께 이런 패턴은 굉장히 익숙하실 겁니다. '오버커스텀' 대신에 '레어 기체'를 넣어도 성립하는 문장이니까요. 레어 기체 역시 지랄같은 확률 주제에 더러운 강함을 가져서 많은 사람들이 도전하고 좌절했으며, 있는 가산을 전부 탕진하는 경우도 늘 보였지요. 그래도 이 레어 기체는 "그나마" 나았습니다. 앞서 이야기한 랭크, 상성, 아이템의 하드웨어와 유저의 조작역량으로 어떻게든 대항이 가능한 수준이긴 했으니까요. 때문에 아예 포기하고 살아도 승리하는 데 큰 지장은 없었습니다. 레어기체 성능이 뛰어나다고는 하지만 어디까지나 "그 랭크와 상성 중에서"라는 전제조건이 붙긴 했으니까요.

 하지만 오버커스텀은 이야기가 좀 다릅니다. 오버커스텀 5 기체와 노멀 에이스 기체간의 스탯 차이는 랭크 차이를 씹어먹기에 충분한 것이었고, 유저들은 "성능차이로 털리지 않기 위해서" 좋건싫건 오버커스텀을 강요당하는 상황에 놓이게 되었습니다. 문제는 이것도 싫은 사람들이 택할 길이 거의 없다는 점이지요.

 맨 위에서도 말했듯이 FPS는 철저히 PvP에 특화되어 있습니다. 바꿔 말하면 PvP를 제외하면 즐길 수 있는 요소가 거의 없다는 이야기이기도 하지요. MMORPG에서야 PvP가 싫으면 사냥터에서만 놀던가, 마을에서 노가리까면서 놀던가, 생산스킬을 찍어서 뭘 만들어 팔던가 하는 식으로 즐겨도 아무런 지장이 없습니다. 각자의 플레이 방식에서 오는 즐거움을 누리면 그걸로 충분한 거니까요. 하지만 FPS를 하는 사람들은 PvP에서의 승리와 그걸 통해 올라가는 자신의 전적과 계급을 통해서만 즐거움을 얻을 수 있습니다. 이건 캡파의 경우에도 거의 해당하는 것이지요. (유닛 수집도 있긴 하지만, 이걸 위해서는 포인트를 모아야 하고 포인트를 모으기 위해서는 보통 대전을 해야 합니다. 미션 모드는 포인트를 모으고 유닛의 경험치를 올릴 수도 있지만 너무 짧고 단조로워서 즐길 거리가 거의 없기 때문에 쉽게 질리지요. 미션하는 재미로 캡파하는 사람이 몇이나 되겠습니까, 솔직히.) 그런데 오버커스텀이 등장한 후로 상황이 좀 요상하게 변했습니다.

ㄱ. 대전에서 성능차이로 털리기 싫으면 나도 오버커스텀을 해야 돼.
ㄴ. 그런데 이게 랜덤이라서 수십번을 해도 성공을 못 하네?
ㄷ. 안 하고 그냥 대전하자니 성능차이때문에 늘상 개털려서 패만 늘고, 앗싸리 대전 포기하고 미션만 하자니 계급도 안 오르면서 돈도 잘 안 벌리고, 1주일 내내 이것만 하니 질려서 도저히 못해먹겠네?
ㄹ. ㅆㅂ 때려쳐.

... 이게 최근 캡파 접는 분들의 거의 공통된 패턴입니다. 이 오버커스텀이라는 개떡같은 시스템 때문에 유저들은 오버커스텀의 도전과 실패에서 오는 피로감과 좌절감을 견디지 못하게 게임을 때려치게 된다는  거죠. 유저들의 도전욕과 강해지려 하는 욕망을 자극하는 건 온라인게임에서 당연한 일이긴 합니다. 하지만 이걸 강요하기만 하면 유저들은 이를 즐기지 못하고 피곤함을 느끼게 되며, 여기에 추가된 랜덤성(그것도 확률이 개떡같은)은 유저들을 좌절감에 몰아넣기 충분한 것입니다. 

  뭐, 천만보 양보해서 이걸 다 받아들인다 칩시다. 하지만, 이걸 다 받아들인다고 해도 문제가 되는 게 있습니다. 이걸로 인해 캡파의 컨셉인 "다양한 유닛을 수집하고 그걸 조작해서 싸운다." 가 뿌리부터 흔들리게 되었다는 점입니다. 캡파에는 매달 적게는 3~4대, 많게는 7~8대의 유닛이 업데이트되지요. 이렇게 매달 업데이트되는 다양한 유닛들을 모으고 조종하는 것이 캡파 유저들의 큰 낙입니다. 하지만 오버커스텀 시스템은 오버커스텀 5까지 도달하지 않은 유닛이 아니면 대전에서 살아남기 어려운 상황을 유도했으며, 이를 달성하기 위한 시간과 포인트를 대폭 상승시켰습니다.

 이제 유저들은 매달 나오는 유닛들을 마련하는 것에 더해서 그 유닛들을 5커스텀까지 키우는 일과 전에 가지고 있던 유닛들을 5커스텀까지 만드는 일의 삼중고에 시달리게 되었습니다. 당연히 게임에 써야 하는 시간은 몇 배로 늘어나게 되고, 좀 더 빠른 포인트 획득과 유닛 성장을 위해서 캐시 아이템도 더 많이 소비되겠지요. 하지만 이 게임은 하루에 열댓 시간씩 붙잡고 하는 MMO가 아니라 하루에 한두시간 정도, 머리 식히려고 하는 캐주얼 게임이며, FPS게임인 만큼 시간당 필요한 집중력과 쌓이는 피로감은 MMO의 몇 배 이상입니다. 이제 유저들은 오래 잡고 하라고 만든 게임도 아닌 물건을 전의 몇 배의 시간을 붙잡고 있어야 하며, 그에 대한 정당한 보상도 받지 못하게 되었다는 것이지요. 

 
그럼 정리해 보죠.

1. 기체 성능 차이가 대전 승리의 결정적인 요인이 되서는 안 된다.
2. 그런데 5커는 기체 성능차이가 대전 승리의 결정적인 요인이 되게 만들었다.
3. 유저들은 대전 아니면 할 게 거의 없으니 좋건싫건 5커를 해야 된다.
4. 그런데 이게 드는 노력과 시간, 비용에 비해 확률이 개떡같아서 시간과 돈만 날리기가 다반사이다.
5. 게다가 매달 나오는 유닛들 일일이 다 만들고 5커 찍어야 되니까 매달 위와 같은 개고생을 해야 한다.
5. 이거에 지쳐서 사람들 다 떨어져나간다.


... 뭐, 일단 문제제기는 이정도입니다만. 이게 얼마나 고쳐질지는 미지수로군요. (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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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凡人Suu | 2009/06/12 14:05 | MS고물상(캡파) | 트랙백 | 핑백(1) | 덧글(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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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음, 사실은 전의 이 글 을 그대로 복사해서 문의를 넣어 봤습니다.여차저차해서 답이 오긴 왔더군요. 그래서 행간을 읽었슴미다."밸런스 조절이 되도록 노력중..." : 커스텀포인트 ... more

Commented by 게온후이 at 2009/06/12 14:08
안고치던지 아니면 오버커스텀 적용전으로 서버 전체 롤백하던지
Commented by 凡人Suu at 2009/06/12 14:32
양심을 포기했다면 다음달에 캐시 경험치도 팔아먹겠지.(깔깔깔)
Commented by 오엠에스 at 2009/06/12 14:11
서버롤백하기도 늦었음. 2주 오커 포인트 유료 베타 테스트 억지로 당한거에 난 이미 어이를 상실한지라...
Commented by 凡人Suu at 2009/06/12 14:33
솔직히 저도 별 기대는 안 해요. 그냥 답답해서 써 봤죠.
Commented by v2baster at 2009/06/12 15:24
호밍 육전이 나오고 호밍 한발 뎀지로 레프피가 1/5깍일때부터 망조 테크타는걸로 보였습니다.
물론 노커였습니다..
어떻게 리로드도 빠르고 호밍까지 달린게 다운탄의 데미지보다 배이상 나오는지 제 머리로는 절대 이해가 안되더군요.(그 육전이 BR이라고 해도 말이지요)
그 이후로 거의 안하다가 ECL2회리그 쯤부터 다시 시작했는데 이건 뭐 막장을 향해 치닫더군요.
이젠 포기 상황.
캡파에 부은돈이 2만원정도밖에 안된다는게 다행인듯.
Commented by 凡人Suu at 2009/06/12 18:15
이젠 꿈도 희망도 없어 보여요.(ㅇ<-<)
Commented by 자이드 at 2009/06/12 15:43
ㅋㅋㅋㅋ 줫망 시망일 뿐이죠. 슬슬 접어야 할지도
Commented by 凡人Suu at 2009/06/12 18:15
멀쩡한 아이템을 이따위로 말아먹는 것도 능력이라면 능력일까요.(...)
Commented by A강진 at 2009/06/12 23:21
그런데 이걸 또 미친듯이 파는 장군니마들은 도대체 뭐하는 작자들인지...

과도한 게임은 건강뿐만 아니라 게임 밸런스도 해친다고!!
Commented by 凡人Suu at 2009/06/13 00:48
어디까지나 문제가 되는 건 시스템이니 사람만을 탓해서는 안되겠지요.(=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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